벌써 '추억의 명화' 정도가 된 이 영화...
간만에 꼬마 마법사의 추억을 되살려보시길~~~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아바타'가 인도신화를, '반지의 제왕'이 북유럽신화의 여러 부분(미드가르드, 엘프, 난장이족...)을 차용했듯이, '해리포터'에도 그리스신화의 여러 요소들이 등장한다. 우리 '머글'들의 일상 틈새마다 해리포터의 세계가 존재하듯, 해리포터의 세상 틈새마다 신화의 신비가 숨쉬고 있는 것이다.



부엉이.....
제우스의 머리를 뚫고 태어난 지혜의 여신 아테나의 상징 새. "미네르바(아테나)의 부엉이는 황혼 무렵에야 날개를 편다"라는 유명한 구절은 '지혜는 혼돈의 낮을 보낸 후 저녁시간의 반성의 때가 되어서야 얻어진다'라고도 해석된다. 해리의 집 앞에 무수히 날아든 부엉이는 그 혼돈의 이후, 또는 볼드모트로 인한 새로운 혼돈을 앞두고 해리포터라는 지혜의 영웅이 등장할 시점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전조이다. 눈부시게 매혹적인 '흰 부엉이'는 해리포터가 '지혜의 백미' 같은 존재임을 상징한다.

켄타우로스.....상체는 인간, 하체는 말의 형상을 한 반인반수로서 인간의 이성적 측면과 동물적 본능 측면의 겸비를 상징한다. 그가 금지된 숲에 있다는 것도 본능적 측면이 강조되는 배경이다.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킬레우스와 의술의 신 아스클레피오스 등을 양육한 케이론이 켄타우로스족의 현자로 등장하는데, 이 영화에서도 해리포터를 지켜준 긍정적 존재로 묘사된다. 비록 그 생김이 괴물스럽지만 그 속의 천사같음을 바로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면도 있지 않을까.

케르베로스.....저승(하데스) 입구를 지키고 있는 머리 셋 달린 무시무시한 개. 이 영화에서는 호그와트 지하실 입구를 지키고 있는 플러피(?)로 나온다. 케르베로스를 대면한다는 건 저승으로 여행한다는 것으로서, 신화속에서도 오르페우스, 테세우스, 헤라클레스, 아이네이아스(로마의 건국시조) 등 최고영웅들만이 해낸 일이다. 저승을 왕래한다는 건 인간존재의 최대한계인 죽음을 극복하고 싶었던 고대인들의 열망을 상징한다. 그리스신화 최고영웅인 헤라클레스의 12과업중 마지막 과업이 이 저승개 생포였던 것만 봐도 그렇다. 오르페우스의 경우는 요절한 아내 에우뤼디케를 부활시키려 저승신 하데스를 찾아가는데, 여기서 그는 최고음악가답게 리라음악 소리로 그 무서운 케르베로스를 양순하게 만든다. 이 부분이 해리포터에서도 차용되어, 마법으로 자동연주되는 하프소리에 그 개가 잠들어있는 부분으로 묘사된다.
한편 지하실(저승)로 들어가는 건 인간의식 저변의 무의식으로 들어감을 상징하는데, 해리포터가 최고 영웅이 되려면 의식적 측면뿐 아니라 자신의 무의식 부분까지도 온전히 파악하고 조절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해리의 무의식 속에 잠재된, 볼드모트로 상징되는 자신의 부정적 측면(성악설적 측면)을 이겨내고 인간한계 극복의 상징인 '영생의 돌'을 지켜내는 데 성공함으로써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진정한 영웅이 되는 것이다. 결국 해리포터의 경우도 이러한 최고영웅되기 필수코스를 비켜갈 수는 없다.
헤라클레스의 경우도 자신의 무의식 본능적 측면 탐색에 성공한 후 마지막에는 승천해 영생의 신이 된다. 물론 아내 데이아네이라의 의심과 자진 화형이라는 시련을 겪고 나서 말이다.
해리의 지하실 탐험 동반자인 론과 헤르미온느는 해리의 또다른 자아를 상징한다고 볼 수도 있다. 겁많지만 자기희생의 면모를 보이는 론, 지혜와 용기의 상징인 아테나 이미지의 헤르미온느는 해리포터 내면속의 다른 속성들로서, 그의 성격적 결함과 장점들의 의인화이기도 하다. (지하실 초입에서 헤르미온느는 이성의 빛으로 무의식의 옥죄는 굴레를 뚫는다. 그러나 의식의 힘은 무의식의 영역에선 오래갈 수가 없어 끝까지 동반하지는 못한다)

야누스.....로마신화의 문의 신, 시작의 신. 12월과 1월의 경계를 상징하며, 1월(January)의 어원이 된다. 해리포터에서 악의 상징 볼드모트가 착한 교수의 뒷머리에 붙어 두얼굴의 야누스가 되어 있다. 대결전 후에 악의 볼드모트의 구시대가 물러가고, 신성 해리포터의 새시대의 문이 열림을 의미할 수도 있겠다.
근데 그 착해 보이던 교수의 머리 터번 속에 악의 얼굴이 감춰져 있었다는 건? 이런 설정이 이슬람 종교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강화시키는 조작장치가 될 수도 있음을 롤링은 의식하고 있었을까?

번개 표식.....알다시피 번개는 최고신 제우스의 상징이다. 뻔하게도 그 표식이 해리포터의 이마에 있다는 건 결국은 그것이 악의 세력을 막아낸 최고영웅의 표식임을 드러낸다. 악의 볼드모트에 다가갈 때마다 그 표식 상처의 고통이 심해지지만, 결국 그 악을 퇴치했을 땐 영광의 상징이 되는 것이다. 볼트모트가 그 상처를 남겼다는 건? 영웅이란 그런 라이벌이 존재함으로써 그리고 그것을 퇴치함으로써 진가를 인정받게 되는 법이니까.
해리포터가 마법의 세계에서 멀리 떨어진 이모네 집에서 구박받으면 크는 건, 제우스가 출생 후 위협을 피해 이데 산에 은거해 크는 것과 비슷하다. "준비될 때까진 떨어져 자라게 해야"라는 덤블도어의 멘트처럼, 많은 영웅들이 그랬듯이 말이다.
(그러고 보면, 해리 이마에 새겨진 번개표식 Z는 '제우스'의 첫글자이기도 하다. 번개의 최고신 제우스와 번개표식의 최고마법사 해리!)

투명 망토.....치명적인 메두사를 퇴치하러 가는 페르세우스에게 저승신 하데스는 키네에(머리에 쓰면 온몸이 투명해지는 투구)를 빌려준다. 저승신의 이 상징물이 의미하는 것은 육신의 한계를 순간적으로 벗어나 ‘영혼 상태’가 될 수 있는 능력의 비유일 것이다. 원래 저승이란 데가 육신의 질곡을 벗은 영혼의 상태가 되어서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 아닌가. 해리포터가 “내 몸이 없어졌어”라고 할 때 그는 마치 영혼의 상태로 비밀스런 모험에 나설 준비가 된다.

소망의 거울.....그리스 신화에서 거울의 비유에 유사한 것은 나르시스의 샘이다. 현실감각을 상실한 자아도취, 자폐에 빠짐으로써 결국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인 상태가 됨을 의미한다. 해리포터에게 덤블도어가 경고하는 말 “다시는 이 거울을 찾지 마라. 꿈에 사로잡혀 살다가 진짜 삶을 놓쳐선 안돼…진정 행복한 사람은 그 거울 속에서 현재 자기모습 그대로를 보는 사람이야”. 그런데 그런 사람이 이 지상에 과연 가능할까. 완벽한 자족의 상태가 되는 것이.

영생의 돌.....이건 '반지의 제왕'의 반지와 비슷한 면이 있다. 갖고 싶어하지만 그것을 사용하지는 않을 자의 손에 주어지며, 결국은 없애지는 게 최선인 것. 그건 누구나 꿈꾸지만 실재하지 않는 유토피아 내지는 플라톤의 이데아와도 같은 것이리라. 그게 구현되는 순간 인간은 진보의 추동력을 잃게 될 테니까.

.....그리스신화에선 가이아(대지)와 가장 가까운 존재로서 지혜와 예언을 상징한다. 그러나 제우스로 상징되는 가부장신에 떠밀려 갇히고 억압받는 존재가 된다. 해리포터는 이 뱀의 상황이 이모집에서 박대당하는 자신의 처지와 유사해 공감을 하게 되고 그 처지를 벗어나 자유롭게 해준다. 어쩌면 여작가인 롤링이 ‘어머니의 사랑’을 대변하는 존재로서 뱀을 복권시켰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리포터와 교감한 모성은 마지막 볼드모트와의 결전에서 보이지 않는 힘이 되어 해리를 구원한다.
(2편 ‘비밀의 방’에서의 뱀의 맥락은 조금 다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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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리언1